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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배송

엄마는 요즘 자주 아프다고 하신다. 식사도 예전같지 않아 소화가 어려우시다. 전복 죽을 사다가 드려보면 처음엔 좋아하시다가 몇번 드리면 질리시나보다. 큰 동서가 엄마보다 4살 아래시다. 큰 동서도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부지런하시니 몸이 망가진다. 엄마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나는 큰 동서에게 연민을 느끼곤 하여 큰 아주버님이 돌아가셨지만 잘 지낸다. 큰 동서 말이 야채죽이 제일 낫다고 하신다. 엄마께도 야채죽을 사다 드리니 자주 드리지만 않으면 잘 드신다. 어제도 야채죽을 데워 드렸더니 맛있다 하신다. 어제 드린것이 마지막 것이다. 마트에서 야채죽이 가장 비싸다. 쿠팡에서 야채죽을 골라 결제했다. 나는 방해 받지 않으려고 카톡이나 메시지 알림음이 없다. 가끔 확인을 하곤 한다. 몇 시간 이나 되었다고 버..

능곡 2022.02.24

No shampoo

그이는 좀 독특하다. 자신의 몸이 부실하니 이런 저런 방법을 모색하는것일 수도 있다. 몇번의 수술을 받고 그 수술이 모두 좋지가 못했던 경험 탓도 있어 병원을 안다니고 약도 싫어한다. 어느 날 부터인가 비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더니 그 이후 비누, 치약등, 사용을 하지 않는다. 그이는 또 한번 정하면 지켜내는 정신이 강하다. 몇 달 지나니 누구나 남자들에게서 나는 영감 냄새가 안난다고 엄청 좋아라 한다. 그이는 샴푸는 원래 사용 하지 않았다. 따라쟁이 나도 시도를 해보는데 오랜 동안 샴푸를 사용하던 터라 그 샴푸를 안쓰려니 쉽지가 않다. 그런데 나도 비누와 샴푸와 치약등, 사용 하지 않는 지가 2년 정도 되었을까. 사용하지 않는다고 특별히 좋은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이는 너무 잘한 일이라고 자화..

능곡 2022.02.23

사는 일 -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리고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 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 했을 뻔 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능곡 2022.02.22

잠 / 류시화 나를 치유해 준 것은 언제나 너였다. 상처만이 장신구인 생으로부터 엉겅퀴 사랑으로부터 신이 내린 처방은 너였다. 옆으로 돌아 누운 너에게 눌린 내귀, 세상의 소음을 잊고 두개의 눈꺼풀에 입 맞춰 망각의 눈동자를 봉인하는 너, 잠이여 나는 다시 밤으로 돌아와 있다. 밤에서 밤으로 부재하는 것이 존재하는 시간으로 얼굴의 윤곽을 소멸시키는 어둠 속으로 나라고 하는 타인은 불안한 예각을 가지고 있다. 잠이 얕은 혼을 내가 숨을 곳은 언제나 너였다. 가장 큰 형벌은 너 없이 지새는 ㅏㅁ 네가 베개를 뺄 때 나는 아직도 내가 깨어 있는 이곳이 낯설다. 때로는 다음 생에 눈뜨게도 하는 너, 잠이여 --------------------------------------------------- 잠이야 말로 ..

능곡 2022.02.19

알뜰 코너

호수 공원을 한바퀴 돌고 돌아서 나오면서 식자재 마켓을 들른다. 식자재 마켓을 일반 마트보다 야채들이 좀 저렴하다. 쌓여있는 채소들도 푸짐한데 한켠에 알뜰 코너가 있는데 잘 만나면 아주 괜찮은 물건을 만난다. 요즘 같은 겨울에 피망은 가격이 제법 있다. 비닐에 한가득 담긴 피망이 천원이다. 약간 시들긴 했지만 뭐 괜찮다. 새파란 피망을 사고는 집에 있는 당근, 양파, 장날 만원어치 푸짐했던 버섯도 있다. 잡채를 만들었다. 나는 잡채가 좋다. 만들면 한 접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야채들 볶을 때 기름을 좀 덜 넣어서 볶으면 담백하다. 알뜰 코너에서 집어 온 피망, 시금치 없이 피망 잡채가 되었다.

능곡 2022.02.16

정월대보름

지난 장날, 12일 토요일 정월 대보름을 앞둔 장이라 각종 나물과 잡곡들, 보름을 챙길 마음이 아니어서 보름 장을 보진 않았다. 어제 치과를 나녀오며 내일이 대보름인데 찰밥을 하자싶어 찹쌀과 잡곡들을 사려니 풍성했던 장날과 달리 팥 같은 건 아예 없고 썰렁하기 그지없다. 찹쌀과 좁쌀, 수수 집에 콩은 여러종류가 있다. 완두, 붉은 콩, 서리태 팥이 있어야 붉은 빛이 돌텐데 팥이 없으니 흑미를 좀 섞는다. 작년 냉장고에 빌빌 돌아다니던 가지를 썰어서 건조기에 말려두었었다. 중국산이긴 하지만 도라지도 있고, 새파란 빛이 좋은 봄동도 있다. 유튜브를 안 보았으면 찹쌀을 불렸을 터인데 어느 유튜브를 보니 찹쌀을 불리지 말고 해야 질척하지 않다하여 그냥 했더니 어제밤엔 찹밥이 너무 꼬들했다. 물을 좀 더 붓고 재..

능곡 2022.02.15

money

엄마는 은행의 금리 수치에 밝으시다. 그래서 자주 다니시는 곳이 신협이다. 신협은 재미있는 것이 일년에 한번씩 총회를 개최하는데 무언가 하나씩 선물을 나눠주고 추첨을 통해서 경품을 주는데 그 맛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또 신기하게도 엄마는 당첨이 잘되어서 티비, 가스렌지, 세탁기 등 여러번 당첨이 되어서 사람들이 저 할머니 또 당첨 되었다고 이야기 할 정도이다. 작년엔 코로나로 총회 행사를 간단히 하고 선물도 마스크를 한박스씩 주었다. 덕분에 여기 저기서 받은 마스크는 엄청 많다. 이 마스크가 써보니 요즘 같은 겨울엔 방한이 되어 은근 요긴하기도 하다. 오늘이 바로 신협의 총회 날이다. 안내문은 한 웅큼이 왔다. 엄마, 나, 남편, 동생, 동생 가족들, 조카 신원이는 재 작년 미성년에서 성년이 되었는데..

능곡 2022.02.08

Saturday

어느새 토요일이다. 새벽기도가 없는 날 잠을 푹 잤더니 피곤이 풀린다. 어제 눈이 얼은 길에서 자전거로 넘어진 탓에 뻐근한 상태도 잠을 푹 잔 탓에 상태가 좋은 것일 것이다. 일주일이 금새 지나간다. 어제가 입춘이라는데 추운건 여전 해서 베란다 틀어 놓은 물도 얼었다. 다행히 집안엔 물이 나온다. 겨울마다 동파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나마 이 집은 잘 지어진 집인데도 이모양이다. 하긴 40년이나 된 집이니, 요즘 건축 자재는 날로 새롭고 단열이 잘되고 좋아진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그 끝이 어디인지. 가람이 시누이가 사는 자이 아파트는 30평 대가 뭐 37억. 그나마 이제는 달라는 대로 준다고 한다나. 다들 반응이 미친거 아냐? 제주도 우리 집은 우리가 1년 살고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돌아오련 했던..

능곡 2022.02.05

적응

필리핀에서 십년을 살고 한국에 나오며 제주에 1년을 살았다. 제주는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추위를 견딜만 하련싶었다. 아휴....너무 너무 추웠다. 스토브를 끼고 살아야했다. 또 겨울 옷이 마땅치 않은데 낯선 제주에서 어디가서 옷을 사야할지 몰랐다. 필리핀의 페소와 원화의 차이에 한국의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아름다운 가계를 알게 되었다. 잘만 고르면 괜찮은 물건을 만나게된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우리는 서귀포에 있었는데 아름다운 가계는 제주의 동문 시장 근처에 있어서 제주를 나갈 때면 들러서 겨울 옷들을 들고 오곤 하였다. 1년 지난 후 부터 능곡에 머문다. 첫 해 겨울, 얼마나 춥던지. 제주는 아파트 였는데다 능곡은 40년이 지난 단독 주택이니 대책없이 추운것이..

능곡 2022.01.28

온수매트

경고음이 나곤 하였다. 5년이나 내부 청소를 하지 않고 사용했으니 뭔가 이물질이 끼어서 일까? 자꾸 잊어버리곤 해서 넘기다가 어젯 밤에는 매트를 꺼내어 고무호수에서 물을 빼내고 새로 물을 갈아넣어 주었다. 어떻게 청소를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빼낸 물은 뭔가 지저분하긴 하였다. 온수매트를 여름이면 물을 빼주고 보관 하였다가 사용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일년 내내 사용을 하였다. 더우면 틀지 않았지만 한 여름에도 가끔씩 틀어서 사용하는게 일반 노인들일 것이다. 나이들면 따뜻한게 필요하니까. 인터넷을 뒤져본다. 온수매트 에러 에러 코드가 E1 이면 물 부족, 그외는 서비스를 받아야 한단다. 서비스도 보증기간 지나면 7만원 정도이고 기간도 2주간이나 걸린다니, 하루도 없으면 안되는 용품이다. 새것으로 구입해야..

능곡 202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