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곡 56

통영

통영에서부터 굴이 배달되어 왔다. 정말 씨알이 굵다. 생각도 안했는데 튀김을 하자고 한다. 밀가루 묻혀서 달걀물에 담갔다가 팬 하나에 구웠다. 굵으니까 몇개 안구워도 양이 제법 된다. 싱싱해서인지 엄청 맛나다. 엄마도 좋아하신다. 시장에서는 살수 없는 가격이고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싱싱하다. 얼음 덩어리를 잔뜩 넣어 배달 되었다. 얼음이 그대로이다. 굴 부침, 무침, 굴국 풍성한 굴 잔치다.

능곡 2022.03.04

oyster

인터넷을 통해 굴을 몇번 산다. 유튜브로 어리굴젓 만드는걸 배운다. 소금에 절여 숙성 후 만드는 것이다. 서해안 굴이 잘고 맛있다고 하는데 비싸기도 하고 잘 없다. 사려면 아마 현지에 가서나 사야하나보다. 통영 굴. 아주 커서, 사실 어리굴 젓 담그기엔 크다. 그러나 싱싱하고 맛도 개안타. 지난 번 2키로를 사서 아직 먹는 중인데, 곧 굴이 못 먹는 계절이 된다. 3키로를 주문 하였다. 엄마가 농사 지으신 무우가 아직 밭에 파묻힌 채로 잔뜩 있다. 그런데 맛이 없다. 요즘 뽀오얀 제주 무우가 제철인가보다. 맛도 좋고 보기도 좋다. 지난번 소금을 좀 많이 넣은 탓에 짜서 무우를 섞었다. 좀 넉넉히 섞었는데도 짜다. 무를 많이 넣으라는 주문대로 무우가 많아지니 양이 많아져 그릇을 옮긴다. 무우가 많은, 이걸..

능곡 2022.03.01

Noodles

주일, 교회 가는 길목에 한 국수가계가 있다. 주일 예배를 가는 시간이면 오전이다. 우리는 좀 일찍 가니까 열시 좀 지난 시간인데 국수집 주차장은 항상 만원이다. 라미 권사가 언젠가 친구들 모임을 일산의 국수집에서 하는데 국수가 맛있고 푸짐하고 저렴하다고 한다. 거기가 어딜까 싶어, 거기가 거기 아닐까 싶었다. 한번 갔더니 닭 육수의 국수였는데 하필 그날 맛이 없었을까? 양은 많지만 닭 냄새가 나고 맛도 없고, 가격도 비싸다. 아까워서 음식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신데 엄마 마저도 드시지를 못한다. 역시나 음식 아까와하는 그이는 우리가 남긴 것까지 꾸역 꾸역 먹는걸 구경해야 했다. 그런데 라미 권사가 말하는 그 국수집은 행주산성 아래에 위치한 국수 마을이었다. 거기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며 그들..

능곡 2022.02.27

홍합

까만 홍합을 사왔다. 물을 세컵 정도 넣고 삶았다. 청양 고추를 한개 다져넣고 간단히 소금으로만 간을 하였다. 바다 내음, 맛, 시원, 홍합을 아주 맛있게 먹은 추억이 있다. 남편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여름 휴가면 본인은 휴가를 안가고 회사를 지킨다. 우리 결혼 기념일이 10월 22일. 그 즈음에 맞춰 휴가를 간다. 한가로운 여행이다. 사량도를 간 적이 있다. 어부집 민박을 잡고 동네를 도는데 홍합 작업을 하는 동네분들을 만났다. 홍합을 조금 사려니 한 냄비를 그냥 주시면서 끓여 먹는 법까지 일러주신다. 물을 붓지 말고 그대로 끓이라는 것이다. 금방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함 최상의 맛이다. 어부 집에 무언가 기일였는지 세상에, 꽃게를 한 광주리 쪄놓은 것을 내 놓으며 양껏 먹으라는 것이다. 그 맛..

능곡 2022.02.26

총알배송

엄마는 요즘 자주 아프다고 하신다. 식사도 예전같지 않아 소화가 어려우시다. 전복 죽을 사다가 드려보면 처음엔 좋아하시다가 몇번 드리면 질리시나보다. 큰 동서가 엄마보다 4살 아래시다. 큰 동서도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부지런하시니 몸이 망가진다. 엄마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나는 큰 동서에게 연민을 느끼곤 하여 큰 아주버님이 돌아가셨지만 잘 지낸다. 큰 동서 말이 야채죽이 제일 낫다고 하신다. 엄마께도 야채죽을 사다 드리니 자주 드리지만 않으면 잘 드신다. 어제도 야채죽을 데워 드렸더니 맛있다 하신다. 어제 드린것이 마지막 것이다. 마트에서 야채죽이 가장 비싸다. 쿠팡에서 야채죽을 골라 결제했다. 나는 방해 받지 않으려고 카톡이나 메시지 알림음이 없다. 가끔 확인을 하곤 한다. 몇 시간 이나 되었다고 버..

능곡 2022.02.24

No shampoo

그이는 좀 독특하다. 자신의 몸이 부실하니 이런 저런 방법을 모색하는것일 수도 있다. 몇번의 수술을 받고 그 수술이 모두 좋지가 못했던 경험 탓도 있어 병원을 안다니고 약도 싫어한다. 어느 날 부터인가 비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더니 그 이후 비누, 치약등, 사용을 하지 않는다. 그이는 또 한번 정하면 지켜내는 정신이 강하다. 몇 달 지나니 누구나 남자들에게서 나는 영감 냄새가 안난다고 엄청 좋아라 한다. 그이는 샴푸는 원래 사용 하지 않았다. 따라쟁이 나도 시도를 해보는데 오랜 동안 샴푸를 사용하던 터라 그 샴푸를 안쓰려니 쉽지가 않다. 그런데 나도 비누와 샴푸와 치약등, 사용 하지 않는 지가 2년 정도 되었을까. 사용하지 않는다고 특별히 좋은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이는 너무 잘한 일이라고 자화..

능곡 2022.02.23

사는 일 -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리고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 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 했을 뻔 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능곡 2022.02.22

잠 / 류시화 나를 치유해 준 것은 언제나 너였다. 상처만이 장신구인 생으로부터 엉겅퀴 사랑으로부터 신이 내린 처방은 너였다. 옆으로 돌아 누운 너에게 눌린 내귀, 세상의 소음을 잊고 두개의 눈꺼풀에 입 맞춰 망각의 눈동자를 봉인하는 너, 잠이여 나는 다시 밤으로 돌아와 있다. 밤에서 밤으로 부재하는 것이 존재하는 시간으로 얼굴의 윤곽을 소멸시키는 어둠 속으로 나라고 하는 타인은 불안한 예각을 가지고 있다. 잠이 얕은 혼을 내가 숨을 곳은 언제나 너였다. 가장 큰 형벌은 너 없이 지새는 ㅏㅁ 네가 베개를 뺄 때 나는 아직도 내가 깨어 있는 이곳이 낯설다. 때로는 다음 생에 눈뜨게도 하는 너, 잠이여 --------------------------------------------------- 잠이야 말로 ..

능곡 2022.02.19

알뜰 코너

호수 공원을 한바퀴 돌고 돌아서 나오면서 식자재 마켓을 들른다. 식자재 마켓을 일반 마트보다 야채들이 좀 저렴하다. 쌓여있는 채소들도 푸짐한데 한켠에 알뜰 코너가 있는데 잘 만나면 아주 괜찮은 물건을 만난다. 요즘 같은 겨울에 피망은 가격이 제법 있다. 비닐에 한가득 담긴 피망이 천원이다. 약간 시들긴 했지만 뭐 괜찮다. 새파란 피망을 사고는 집에 있는 당근, 양파, 장날 만원어치 푸짐했던 버섯도 있다. 잡채를 만들었다. 나는 잡채가 좋다. 만들면 한 접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야채들 볶을 때 기름을 좀 덜 넣어서 볶으면 담백하다. 알뜰 코너에서 집어 온 피망, 시금치 없이 피망 잡채가 되었다.

능곡 2022.02.16

정월대보름

지난 장날, 12일 토요일 정월 대보름을 앞둔 장이라 각종 나물과 잡곡들, 보름을 챙길 마음이 아니어서 보름 장을 보진 않았다. 어제 치과를 나녀오며 내일이 대보름인데 찰밥을 하자싶어 찹쌀과 잡곡들을 사려니 풍성했던 장날과 달리 팥 같은 건 아예 없고 썰렁하기 그지없다. 찹쌀과 좁쌀, 수수 집에 콩은 여러종류가 있다. 완두, 붉은 콩, 서리태 팥이 있어야 붉은 빛이 돌텐데 팥이 없으니 흑미를 좀 섞는다. 작년 냉장고에 빌빌 돌아다니던 가지를 썰어서 건조기에 말려두었었다. 중국산이긴 하지만 도라지도 있고, 새파란 빛이 좋은 봄동도 있다. 유튜브를 안 보았으면 찹쌀을 불렸을 터인데 어느 유튜브를 보니 찹쌀을 불리지 말고 해야 질척하지 않다하여 그냥 했더니 어제밤엔 찹밥이 너무 꼬들했다. 물을 좀 더 붓고 재..

능곡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