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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 류시화 나를 치유해 준 것은 언제나 너였다. 상처만이 장신구인 생으로부터 엉겅퀴 사랑으로부터 신이 내린 처방은 너였다. 옆으로 돌아 누운 너에게 눌린 내귀, 세상의 소음을 잊고 두개의 눈꺼풀에 입 맞춰 망각의 눈동자를 봉인하는 너, 잠이여 나는 다시 밤으로 돌아와 있다. 밤에서 밤으로 부재하는 것이 존재하는 시간으로 얼굴의 윤곽을 소멸시키는 어둠 속으로 나라고 하는 타인은 불안한 예각을 가지고 있다. 잠이 얕은 혼을 내가 숨을 곳은 언제나 너였다. 가장 큰 형벌은 너 없이 지새는 ㅏㅁ 네가 베개를 뺄 때 나는 아직도 내가 깨어 있는 이곳이 낯설다. 때로는 다음 생에 눈뜨게도 하는 너, 잠이여 --------------------------------------------------- 잠이야 말로 ..

능곡 2022.02.19

알뜰 코너

호수 공원을 한바퀴 돌고 돌아서 나오면서 식자재 마켓을 들른다. 식자재 마켓을 일반 마트보다 야채들이 좀 저렴하다. 쌓여있는 채소들도 푸짐한데 한켠에 알뜰 코너가 있는데 잘 만나면 아주 괜찮은 물건을 만난다. 요즘 같은 겨울에 피망은 가격이 제법 있다. 비닐에 한가득 담긴 피망이 천원이다. 약간 시들긴 했지만 뭐 괜찮다. 새파란 피망을 사고는 집에 있는 당근, 양파, 장날 만원어치 푸짐했던 버섯도 있다. 잡채를 만들었다. 나는 잡채가 좋다. 만들면 한 접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야채들 볶을 때 기름을 좀 덜 넣어서 볶으면 담백하다. 알뜰 코너에서 집어 온 피망, 시금치 없이 피망 잡채가 되었다.

능곡 2022.02.16

정월대보름

지난 장날, 12일 토요일 정월 대보름을 앞둔 장이라 각종 나물과 잡곡들, 보름을 챙길 마음이 아니어서 보름 장을 보진 않았다. 어제 치과를 나녀오며 내일이 대보름인데 찰밥을 하자싶어 찹쌀과 잡곡들을 사려니 풍성했던 장날과 달리 팥 같은 건 아예 없고 썰렁하기 그지없다. 찹쌀과 좁쌀, 수수 집에 콩은 여러종류가 있다. 완두, 붉은 콩, 서리태 팥이 있어야 붉은 빛이 돌텐데 팥이 없으니 흑미를 좀 섞는다. 작년 냉장고에 빌빌 돌아다니던 가지를 썰어서 건조기에 말려두었었다. 중국산이긴 하지만 도라지도 있고, 새파란 빛이 좋은 봄동도 있다. 유튜브를 안 보았으면 찹쌀을 불렸을 터인데 어느 유튜브를 보니 찹쌀을 불리지 말고 해야 질척하지 않다하여 그냥 했더니 어제밤엔 찹밥이 너무 꼬들했다. 물을 좀 더 붓고 재..

능곡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