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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애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날씨가 그닥 덥지 않다. 한국엔 가을이 깊어갈 터인데 여긴 그날 그날 전달이나 다음 달이나 계절 변화가 없다. 늘 푸른 초록, 오래 되다보면 그도 지겨운 느낌이 든다. 한국에 가고 싶다. 실상 가보면 또 그렇고 그럴 것, 한국에서 여기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여자들의 천국이라고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떼들의 도움이 여자들을 가사 노동에서 헤어나게 하니까. 요즘 김치나 했을까, 반찬 만드는 일에 좀 소홀 했더니만, 반찬 투정 안하는 사람인데도, 함께 장에가서 각자 과일을 사고 채소를 사고 했다. 그인 바나나를 사겠다고 했고, 나는 고추와 양배추, 케일이 몸속 노폐물 청소해준다는 말에 케일, 미나리과에 속하는 깡꽁을 샀다. 짐을 옮기며 무심히 보았다. 그이가 가지를 샀고, 깡..

in the Philippines 2023.10.17

독초

아침 산책 도중, 산책 길에 햇살이 비취기에 길 옆에 잎사귀가 넓은 식물의 잎사귀를 만지는 순간, 손 끝에 식물이 닿았던 부분이 순간 쓰라리다. 잔잔한 가시가 촉감으로 느껴졌는데 찌르르 찌르르 손을 쥐고서 집으로 뛰다시피 돌아와서 물로 씻어봐도 여전히 아프고 쓰라리다. 알콜로 씻어보고 연고도 발라보고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오일을 발라보니 조금 낫는가..여전히 통증이 있다. 인터넷을 뒤져본다. 독초를 만졌을 때의 응급조치, 별다른 해법이 없다. 잘 알지 못하는 식물들은 함부로 만질게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도처에 쌧다.

in the Philippines 2023.10.08

산밤

로뎀 카톡에 맛있는 산밤이 들어온다고 떳다. 2키로를 주문하고 아침에 가보니 알이 너무 작다. 1키로 정도만 담았다. 맛은 있다. 하지만 까는 일이 너무 번거롭다. 아이비는 밤을 까서 할머니도 드리고 너도 먹으라고 하니, 어깨를 으쓱한다. 그건 안 먹겠다는 제스츄어이다. 하지만 맛을 보더니 연신 먹는다. 나는 생률을 좋아한다. 한국 재래 시장에 가면 휘리릭 밤 깎는 기계가 있다. 가격도 그닥 비싸지 않아서 사먹기 좋다. 밤 사러 갔다가 배추도 사와서 김치를 담궜다. 두집 나눠 줄 김치를 담고, 그이가 심어 놓았던 열무를 섞었더니 양이 제법 된다. 3포기, 우리 먹을 적당량이다. 나눠줄 김치로 1포기 더, 그 정도면 맛 없기 전까지 먹을 수가 있다. 십년을 살다 간 곳이라 여기가 한국이 아니다는 낯선 느낌..

in the Philippines 202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