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리고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 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 했을 뻔 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